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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뉴스

[인천공항] 3750m 질주의 과학,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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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동혁 에어사이드토목팀 팀장, 박종건 에어사이드토목팀 대리
인천국제공항이 13년만에 새로 개통한 활주로 건설을 주도한 에어사이드토목팀의 이동혁 팀장, 박종건 대리(왼쪽부터). 현진 제공

지난 6월 17일 동이 트지 않은 컴컴한 새벽의 인천국제공항. 한 편에 일군의 무리가 유도등이 켜진 탁 트인 활주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얼마 전 완공한 활주로로 첫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자마자 마치 약속한 것처럼 다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3년 만에 새로운 활주로인 제4활주로가 개통하는 순간이다.

 

박종건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어사이드토목팀 대리는 “공사 기간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람과 성공적으로 완공했다는 안도감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그날 새벽의 환호성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지상에 건설할 수 있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도로'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제4활주로는 인천국제공항이 13년만에 새로 개통한 활주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인천공항 여객 수송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됐다. 에어사이드토목팀이 건설을 주도했다. 제4활주로 건설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의 시간 당 항공기 운항횟수는 90회에서 107회로 증가했다. 더 많은 공항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게 돼 2024년에는 1억 600만 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3위권이다.


제4활주로 건설에는 일반 도로 건설과는 전혀 다른 공식이 적용됐다. 버스 30대의 무게와 맞먹는 항공기를 견디기 위해 일반 도로보다 세 배나 두껍고, 표면엔 사다리꼴 모양의 미세한 홈도 파여 있다. 활주로 밑에 매설된 수많은 전기, 전파, 통신 시설도 건설 공사를 복잡하게 만든다.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비싼 도로’로 통한다.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성공적으로 완공한 제4활주로의 낮(위)과 밤(아래). 위 사진에서 대각선으로 난 짧은 도로는 고속탈출유도로로, 제4활주로는 기존 활주로보다 2배 늘어난 8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완공한 제4활주로의 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활주로 방향은 바람이, 길이는 항공기가 결정


9월 8일,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제4활주로를 건설한 주역들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다. 제4활주로는 제3활주로 바로 옆에, 제1, 2활주로와는 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건설됐다. 활주로는 그 지역에 우세한 바람 방향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4개의 활주로는 모두 평행하다. 이동혁 에어사이드토목팀장은 “강한 측풍은 항공기 이착륙 시 가장 위험한 요소”라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 10년간의 바람 데이터를 분석해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방향으로 활주로를 건설한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도는 남동-북서(150°-330°)로 부는 바람이 우세해 활주로도 이 방향으로 지어졌다. 제1활주로 바닥에 적힌 ‘15R/33L’에서 숫자는 방위를 뜻하고 ‘R과 L’은 각각 항공기에서 봤을 때 오른쪽과 왼쪽을 의미한다. 다른 공항에도 같은 방식으로 활주로에 숫자와 알파벳이 적혀 있다. 제4활주로는 제1, 2활주로와 숫자가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숫자를 하나씩 더한 ‘16R/34L’가 적혔다. 


제4활주로의 방향은 공항 개항 당시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급변하는 수요와 항공기 개발 트렌드 등을 반영해야 했다. 활주로의 길이가 대표적으로, 제4활주로는 제1, 2활주로와 같은 3750m로 건설됐다. 가장 긴 제3활주로(4000m)보다 250m 짧다. 박 대리는 “항공기와 공항의 특성,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결과”라며 “제3활주로의 경우 당시 운항했던 대형 항공기 B747-400을 기준으로 설계돼 제1, 2활주로보다 250m 길게 건설됐다”고 말했다. B747-400의 기본 이륙 거리는 3270m다. 다만 인천공항의 고도, 당시 개발 가능성이 대두됐던 초음속 항공기, 그리고 온난화로 미래에 기온이 상승할 것을 고려해 최종 4000m로 산정됐다. 항공기는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고 압축시켜 추진력을 얻는데, 기온이 오르면 대기의 밀도가 줄어들어 같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 더 오래, 멀리 달려야 한다. 


박 대리는 “제4활주로를 다시 제3활주로보다 250m 짧게 건설한 이유는 3750m의 길이도 현재 운항 중인 모든 항공기의 이륙이 가능하고, 최근 항공기 개발 추세가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보다는 중대형 항공기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8년 연 500회 이상 운항된 항공기를 따져본 결과, 이륙 소요거리가 가장 긴 항공기(B777-200)도 지구온난화까지 고려한 최대 이륙거리가 3750m에 불과했다. 게다가 제4활주로는 주로 착륙 전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착륙하는 항공기는 이륙하는 항공기보다 활주로 이동 길이가 짧다.

 

자체 기술력 적용해 내구성 높여

 

인천국제공항의 제4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중앙부 폭 24m를 끊김없이 한 번에 포장하는 광폭편대포장을 시행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의 제4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중앙부 폭 24m를 끊김없이 한 번에 포장하는 광폭편대포장을 시행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이 팀장은 “활주로 밑에 ‘작은 산’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제4활주로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작은 산 하나의 부피에 해당하는 약 700만 m3의 토사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해수면보다 7m 높게 건설했는데 표면으로부터 1m 깊이부터는 지름 10cm 이내의 돌로 촘촘하게 채워 내구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토대를 세운 뒤에 본격적인 활주로 건설이 시작됐다. 도로 건설은 땅을 매끄럽게 포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제4활주로는 일반 도로보다 3배 정도 두꺼운 90cm로 포장됐다. 이 팀장은 “대형 항공기의 무게는 버스의 30배에 달하는 데다가 착륙할 때 활주로에 순간적으로 센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두꺼운 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주로는 위치에 따라 포장 재질이 다르다. 착륙할 때 바퀴를 딛게 되는 처음과 반대쪽 끝 각각 842m가량은 콘크리트로, 그 외 부분은 아스팔트로 포장했다. 콘크리트는 하중을 견디는 강성이 뛰어나고, 아스팔트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승차감에 해당하는 특성인 주행성이 좋다. 제4활주로를 건설할 때엔 47만 회에 달하는 항공기 착륙 데이터를 분석해 제1, 2활주로보다 콘크리트 포장 길이를 2.8배 늘렸다. 


신기술도 적용됐다. 박 대리는 “항공기 하중을 집중적으로 받는 활주로의 중앙부 폭 24m는 끊김없이 한 번에 포장하는 ‘광폭편대포장’을 시행했다”며 “이음 부분이 없으면 활주로 손상 위험을 줄이고 주행성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에서 시행된 광폭편대포장 사례중 가장 폭이 넓다. 자체 개발한 홈파기 공법도 처음 적용됐다. 활주로에는 우천 시 배수 능력과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작은 홈이 패여 있는데, 그 형태를 바꿔 성능을 높였다. 박 대리는 “기존에 쓰였던 직사각형 홈 대신 사다리꼴 홈을 적용해 마찰력을 20%, 배수 성능을 9%, 내구성을 25% 높일 수 있었다”며 “활주로와의 마찰로 떨어져 나온 항공기 바퀴의 고무 찌꺼기가 홈 사이에 끼는 현상도 훨씬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도로의 껌처럼 활주로에 붙어 있는 항공기 바퀴의 고무 찌꺼기는 활주로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정기적으로 활주로의 고무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데, 연간 수백t(톤)의 고무 찌꺼기가 나온다.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제4활주로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되돌아보면 긴장되는 순간이 많았다. 박 대리는 “활주로 건설은 단순히 포장 공사가 아니다”라며 “밑에는 전기, 전파, 통신 시설과 배수 시설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시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예민한 시공이 필요하다. 층과 층 사이에 시설을 매설하고, 다시 층을 다지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작업이라 높은 집중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렘을 주는 랜드마크를 짓는 것 자체가 보람”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성공적으로 완공한 제4활주로의 낮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성공적으로 완공한 제4활주로의 낮. 위 사진에서 대각선으로 난 짧은 도로는 고속탈출유도로로, 제4활주로는 기존 활주로보다 2배 늘어난 8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제3활주로를 보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에어사이드토목팀과 함께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지니고 있는 전자 제품을 일일이 등록하고 수차례 보안 검색을 한 뒤에야 현장에 닿을 수 있었다. 광활한 활주로 중간 즈음에서 수많은 작업자들이 기존 포장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팀장은 “활주로는 2년마다 사진을 찍고 구멍을 뚫어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 재포장 여부를 결정한다”며 “파일럿들과 이야기해 보면 ‘인천공항 활주로는 매끄럽게 잘 나간다’라고 입 모아 칭찬하는데 시공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에도 힘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바로 옆의 제4활주로에 비행기가 미끄러지듯 ‘터치다운(touch-down)’했다. 이 팀장은 “부드러움이 느껴지시나요”라고 농담을 던지며 파안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건설 초기부터 함께한 이 팀장은 국내에서 ‘활주로 장인’으로 통한다. 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 육지를 잇는 영종대교가 완성되기 전부터 이 일을 했다. 그는 “당시엔 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며 “20년 사이 나름의 활주로 건설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이런 노하우와 직원들의 도움 덕분에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활주로를 건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김동철 인천국제공항공사 토목처장은 세계 최고 활주로를 직접 세운 현장 건설근로자들의 공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건설근로자들은 허허벌판에서 겨울철에는 매서운 바람과, 한여름에는 뜨거운 열기와 싸우며 묵묵히 활주로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애써 주셨어요”. 공사가 얼마나 험한 환경에서 이뤄졌을지 짐작게 하는 일화도 들려줬다. “제4활주로를 건설하며 이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작업자가 중장비에 깔리는 사고도 있었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치료받고 회복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렸어요. 이후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고 성공적으로 제4활주로를 완공할 수 있었죠.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일해 주신 건설근로자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공항에서 일했음에도 에어사이드토목팀은 ‘공항’이라는 단어가 몰고오는 설렘을 잊지 않고 있었다. 박 대리는 “아직도 활주로에 서 있다는 자체로 설레곤 한다”며 “만인에게 설렘을 주는 공간을 건설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란 걸 알기에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로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6월 17일 동이 트지 않은 까만 새벽,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어사이드토목팀은 인천국제공항 한 편에서 활주로만 주시했다. 첫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서였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자마자 마치 약속한 것처럼 다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3년 만에 새로운 활주로인 제4활주로가 개통하는 순간이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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